[J네트워크] 스포츠 스타와 패밀리 비즈니스
오래전 일이다. 2004 아테네 여름올림픽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난 뒤였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A선수 아버지(B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올림픽 전 A선수 인터뷰 때 현장에 나타난 B씨에게 명함을 건넨 게 떠올랐다. 잠깐 안부를 묻더니 곧바로 B씨는 화를 냈다. “기자님, 다름이 아니라 우리 아이(A선수)가 올림픽 끝나고 국민적으로 인기가 많았잖아요. 우리 아이 덕분에 OO시(당시 A선수는 지방자치단체팀 소속이었다)도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시장이 뉴스에 몇 번을 나왔는데. 며칠 전 연락이 왔어요. 우리 아이 이름을 딴 체육관을 짓고 싶다고. 그런데 체육관에 달랑 우리 아이 이름 붙여주는 게 전부라네요. 그게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됩니까. 이름으로 퉁치는 거지. 그래서 내가 말했어요. 체육관에 우리 아이 이름을 붙이려면 나나 아이 이름으로 소유권 등기를 해달라고.” B씨는 “시에서 그렇게는 못 한다고 한다. 이렇게 ‘날로 먹으려는’ 시장은 지탄받아야 한다”며 고발기사를 써달라는 거였다. 황당한 요구에 어안이 벙벙했다. A선수를 생각해 B씨를 잘 달래 전화를 끊었다. 기사가 나오지 않자 B씨는 두 번 다시 연락해오지 않았다. 얼마 후 A선수는 다른 지자체 팀으로 이적했다. A선수가 뜨면서 B씨에게 새 직업이 생겼다. 바로 ‘A선수 아빠’라는 직업이다. 사실상 선수의 매니저다. 스포츠 스타 가족 중 직업이 ‘누구 아빠(엄마)’ 또는 ‘누구 형(누나)’인 경우가 적지 않다. 골프계에 많았던 골프 대디가 대표적이다. 축구와 야구에도 꽤 있다. 해외 진출 선수의 경우 국내 대리인을 아버지 등 가족이 맡곤 한다. 스포츠 스타의 패밀리 비즈니스다. 성공 사례도 있다. 피겨 김연아다. 그의 매니지먼트사는 어머니가 대표인 패밀리 비즈니스로 출발했다. 김연아를 통해 아마추어 개인종목 선수 육성 노하우가 쌓였다. 그 노하우 덕분에 체조 여서정, 탁구 신유빈, 수영 황선우 등이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김연아 매니지먼트의 시행착오가 후배들 성장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최근 새로운 형태의 패밀리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손흥민의 한 친척이 대표인 패션 브랜드가 론칭했다. 손흥민이 지난달 24일 영국에서 입국할 때 입어 화제가 됐다. 지난 17일 팝업스토어 개장 때는 오픈런까지 벌어졌다. 제품 후기를 보니 대개 긍정적이지만 간간이 부정적인 것도 보인다. 과거 스포츠 스타의 패밀리 비즈니스 고객은 선수 당사자 또는 다른 선수 정도였다. 손흥민의 경우 고객은 불특정 다수의 팬이다.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부디 잘 되기를 바란다. ‘월드 클래스’ 손흥민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장혜수 / 한국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J네트워크 비즈니스 스포츠 패밀리 비즈니스 스포츠 스타 a선수 아버지